시작하기

첫 글 쓰기

무엇을 쓸지 정하는 법부터 초고를 끝까지 쓰는 순서까지. 첫 글에서 막히는 지점을 하나씩 풉니다.

블로그를 만들어 놓고 첫 글을 못 쓰는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. 계정은 만들었고, 스킨도 골랐고, 카테고리까지 정했는데 커서만 깜빡입니다.

이유는 대개 하나입니다. 첫 글을 잘 써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. 그런데 첫 글은 거의 아무도 읽지 않습니다. 검색에 걸리지도 않고, 이웃도 없으니까요. 마음껏 못 써도 되는 글입니다.

첫 글로 쓰면 안 되는 것

"블로그를 시작합니다" 같은 인사글입니다. 나쁘진 않지만 아무 정보가 없어서 아무도 안 읽고, 스스로도 다음 글의 실마리를 못 얻습니다. 인사는 프로필에 쓰면 됩니다.

거대한 주제도 피하세요. "인생을 바꾼 독서법 총정리" 같은 걸 첫 글로 잡으면 대개 완성하지 못합니다. 쓸 게 너무 많아서 시작을 못 하는 겁니다.

첫 글로 좋은 것

최근 일주일 안에 내가 직접 해결한 문제를 쓰세요. 크기는 상관없습니다. 세탁기 필터를 청소한 일, 새로 산 이어폰을 일주일 써 본 소감, 처음 가 본 동네 도서관.

이런 글이 좋은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. 이미 겪은 일이라 자료 조사가 필요 없고, 분량이 자연스럽게 정해지고, 같은 걸 검색하는 사람이 실제로 있습니다.

소재를 못 고르겠다면

휴대폰 사진첩을 최근 것부터 넘겨 보세요. 30장 안에 쓸 거리가 하나는 있습니다. 사진이 있으면 글도 잘 풀립니다.

초고를 끝까지 쓰는 순서

글이 막히는 건 대개 쓰면서 동시에 고치기 때문입니다. 한 문장 쓰고 지우고, 다시 쓰고 지우다 보면 첫 문단에서 30분이 지나 있습니다. 순서를 나누면 훨씬 빨라집니다.

1단계 — 뼈대를 먼저 적는다 (5분)

문장이 아니라 항목으로 적으세요. 완성된 글의 소제목이 될 것들입니다.

- 왜 청소하게 됐나 (냄새) - 필터 위치 찾기 - 실제로 나온 것 - 다음엔 언제 할까

이걸 적는 데 5분을 넘기지 마세요. 순서는 나중에 바꾸면 됩니다.

2단계 — 각 항목 아래에 아무렇게나 채운다 (20분)

맞춤법도 문장도 신경 쓰지 말고 생각나는 대로 채우세요. 중간에 기억이 안 나면 (여기 사진)처럼 표시만 남기고 넘어갑니다. 이 단계에서는 절대 위로 올라가 고치지 않습니다.

3단계 — 처음부터 소리 내어 읽으며 고친다 (15분)

이제 고칩니다. 소리 내어 읽으면 숨이 차는 문장이 어디인지 바로 압니다. 그 문장은 너무 긴 겁니다. 두 개로 자르세요.

4단계 — 제목을 마지막에 짓는다 (5분)

제목을 먼저 정하면 거기에 글을 맞추게 됩니다. 다 쓰고 나서 "이 글은 결국 무슨 이야기였나"를 한 줄로 적는 편이 훨씬 정확합니다. 제목 짓는 요령은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.

첫 글에서 흔히 하는 실수

이렇게 하기 쉽습니다이렇게 해 보세요
"안녕하세요~ 오늘은 날씨가 좋네요"로 시작첫 문장에 바로 본론. 인사는 생략해도 무례하지 않습니다
사진을 20장 넣기비슷한 각도는 한 장만. 소제목당 1~3장이면 충분합니다
모든 문장에 느낌표정말 강조할 곳 한두 군데만
한 문단에 열 줄2~3문장마다 빈 줄
완벽해질 때까지 발행 안 하기80%면 올리세요. 나중에 고칠 수 있습니다

발행 버튼을 못 누르겠을 때

다 쓰고도 못 올리는 사람이 많습니다. 이 정도로 올려도 되나 싶어서요.

기준을 하나 드리자면, "이 글을 지금 검색해서 찾은 사람이 있다면, 안 읽는 것보다 읽는 게 나은가?" 여기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으면 올려도 됩니다. 세상에서 가장 좋은 글일 필요는 없습니다.

그리고 실제로 첫 글은 거의 안 읽힙니다. 부끄러울 일이 생기지 않습니다. 열 편쯤 쌓이고 나서 첫 글을 다시 보면 왜 아쉬웠는지 스스로 알게 되고, 그때 고치면 됩니다.

발행 전 딱 두 가지만

맞춤법을 한 번 돌리고, 휴대폰으로 미리보기를 한 번 보세요. 이 두 가지만 해도 인상이 크게 달라집니다. 나머지는 나중에 고쳐도 됩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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